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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허준은 한센병을 어떻게 보았는가
- 다음 세대를 위해 역사 속 선조들의 한센병 기록을 책으로 발간
기사입력: 2019/11/0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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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 허준은 한센병을 어떻게 보았는가/ 표지사진     © 편집부

 

국립소록도병원(원장 박형철)은 채규태 피부과장이 동의보감, 향약집성방에 한자로 기록된 우리의 의학 유산을 연구하여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한센병 의학서적 의성 허준은 한센병을 어떻게 보았는가를 이번 달에 출간했다고 밝혔다.

 

 허준의 동의보감2009년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공인된 의학 서적이지만, 한자로 기록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읽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에 출간된 의성 허준은 한센병을 어떻게 보았는가40여 년간 한센병을 치료해온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동의보감, 향약집성방속 한센병에 관한 기록을 상세히 풀이하고, 현대 의학에 따른 의미를 덧붙여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동의보감향약집대성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원문.음독.해석과 함께 국내 최초로 병태생리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 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생리적 변화를 연구

 

 한센병(당시 대풍창, 대풍라 등으로 명명)의 역사적 배경을 비롯하여 정의, 증상, 장기와의 관계, 치료 처방, 손진인*의 경험담 등을 다루고 있다.

 

*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의사로 한센병 환자 400500명을 진료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당시의 한센병 전문가라 할 수 있음

 

 또한 한센병이라는 질병에 대한 의학적 분석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인식도 함께 제시하였다.

 

국립소록도병원 채규태 피부과장은 현대 사회에서 과거 의학이 맞다 틀리다라는 이분법적 해석을 넘어,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 의학, 문화 속에 나타난 한센병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이를 보다 이해하고 접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의성 허준은 한센병을 어떻게 보았는가내용 중 일부 발췌

 

동의보감에 나타난 한센병의 병태생리학적 분석편

예컨대 의성(醫聖) 허준이 동의보감8권 잡병편의 첫 번째 대풍창 항목에서 폐에 병이 들면 눈썹이 빠진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다. 저자는 현대의 독자를 위해 동의보감의 총론과 각론을 연결하여 피모속폐(피부는 폐에 속한다)이고, 대풍창은 피부의 영(, 음식물에서 얻은 기운 중 맑은 것, 음기)과 위(, 음식물에서 얻은 기운중 탁한 것, 양기)에 열이 나고 막히게 된 상태이므로 피부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며, 눈썹은 간에 속하므로, 간에 병이 들면 눈썹이 빠진다, 따라서 피부 병터의 병리 변화와 눈썹 탈락의 병터에 관한 중국의학적 설명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현대의학적으로 본 다면 피하 육아종성 염증 때문에 모근의 변화가 일어나 눈썹이 빠지게 되었고, 과거 환자는 디디에스라는 약제를 사용한 이후에 병이 낫게 되어 미모이식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미용적 문제가 해결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다제요법을 시행하여 잘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눈썹이 빠지는 환자를 보기가 어렵다.

 

◉ 『향약집성방에 나타난 대풍라의 병태생리학적 분석편

 

한 병에 하나의 약, 고려인의 병에는 고려산 약재라는 향약집성방적 생각은 오늘날 만성질환자에게 한보따리씩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다. 향약집성방에 나오는 한센병에 관한 설명은 중국의서 중 송나라 때의 태평성혜방을 인용하고 있는 바, 한센병의 초기 증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풍라의 증상과 오행의 관계는 1760년 중국 청나라의 양의대전(瘍醫大典)에 이르기 까지 중국의학의 역사 속에 남아있다. 향약집성방은 처방이 위주로 되어 있지만 한센병(대풍라)에 관한 처방은 나균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항생제를 다제로 사용하는 최근의 치료방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과거 처방은 소개하는 수준으로 하였다.

 

저자 소개=추천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 교수 여인석)

 

책의 내용은 한국의 전통의학을 대표하는 두 저작 동의보감향약집성방에 실린 한센병 관련 기술을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재검토한 것이었다. 흔히 이런 연구가 빠지기 쉬운 문제는 원래의 텍스트가 가진 맥락은 완전히 무시하고 필요한 부분들만 뽑아내어 저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자나 과학자가 과거의 관심 문헌들을 현대적관점에서 검토할 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작업이 기여하는 부분이 있지만 한계가 분명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었다. 무엇보다 두 저작에 실린 내용이 원래의 전통의학적 맥락에서 충분히 고려되었고, 또 관련 주제에 대한 기존의 역사적, 의학적 연구 성과들도 충분히 검토되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밀하고 예리한 현대의학적 해석을 가하고 있었다. 나아가서는 그런 해석에 기반하여 기존의 번역들을 재검토하고 수정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전체적으로 받은 인상은 전통의학의 텍스트와 현대의학적 해석이 유리되지 않고, 다시 말해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몰아가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은 전공상 이런 연구를 자주 접하는 필자에게 드물게 경험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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