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며 폭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한국 항공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고로 기록되었다. 탑승자 181명 중 생존자는 단 2명으로, 모두 승무원이었다. 이 사고는 기계 결함 이외에 공항 설계와 시공,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무안공항 설계와 시공의 배경 무안공항은 2000년대 호남지역의 항공 수요 증가와 기존 광주 및 목포공항의 대체 필요성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1998년 12월부터 입찰이 시작되어, 1999년 12월 금호건설이 주도하는 금호 컨소시엄(까치건축+신한건축+금호건설+한진건설+대림산업+보성건설)이 최저가 입찰로 낙찰을 받았다. 이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 처리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공항의 비행장 시설, 건축 시설, 항공 보안 시설 등 전반적인 설계와 시공이 포함되었다.
당시 경쟁에 참여한 컨소시엄은 현대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 SK건설 등)과 삼성 컨소시엄(삼성물산, 삼우설계 등)이었다. 설계 심사에서는 현대 컨소시엄이 1위, 삼성 컨소시엄이 2위를 차지했으며, 건축 분야에서는 삼성이 1위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금호 컨소시엄이 최저가를 제시하며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설계와 시공의 주요 지침 무안공항 설계는 기본적으로 1997년 원도시건축이 작성한 기본 설계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실시 설계는 다음과 같은 주요 지침을 따랐다. 1. 2010년과 2020년 확장 계획을 고려한 평면 및 구조 설계. 2. 해안 지역의 염분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 강한 재료 사용. 3. 내부 동선과 시야를 확보하며, 연면적 5% 내외 증감 허용. 4. 기본 설계의 외형(매스)을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조와 형태 조정 가능.
공항의 주요 시설은 비행장 시설(활주로, 유도로,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관제탑, 소방차고 등으로 구성되었다.
사고 당시 상황과 문제점 사고 여객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중 착륙 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첫 번째 착륙 시도는 실패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 활주로에 약 1,200미터 지점에 동체로 착륙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활주로를 빠르게 미끄러지며 끝단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계기착륙시스템(ILS)의 일부인 로컬라이저(Localizer)를 지지하는 용도로 설치된 것이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활주로 끝 300미터 이내에는 충격을 흡수하거나 쉽게 파손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지만, 무안공항의 해당 구조물은 단단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지적과 국제 기준 위반 논란 영국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활주로 끝에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된 것은 이례적이며, 사고의 피해를 극대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구조물이 없었다면 탑승객 대부분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보통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거나 비행기가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완충 구역을 둔다"며, 무안공항의 설계가 국제 기준을 따르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설계와 관리 감독의 문제를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는 "비상 착륙은 일반 착륙보다 1.5~2배의 주행거리가 필요하다"며, 활주로 끝에 충분한 완충 구역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와 관리 책임 논란 무안공항의 설계와 시공을 맡은 금호 컨소시엄은 설계 및 시공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턴키 방식 계약을 따랐다. 그러나 발주처인 부산지방항공청 역시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안전 기준 준수 여부를 감독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제 기준 위반을 승인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ICAO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설계와 이를 승인한 발주처의 감독 부실이 사고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향후 과제와 개선 방향 정부는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해 블랙박스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국내 공항 전체의 계기착륙시스템 설치 상태와 보잉 737-800 기종에 대한 전수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공항 설계와 시공의 안전 기준 준수, 그리고 관리 감독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사례다.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국제 안전 기준을 철저히 반영하고, 발주처와 낙찰자 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유사한 참사를 방지하고 항공 여행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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